군중 속의 고독 – 연결된 시대에 왜 우리는 외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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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 시대, 더 깊어지는 외로움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과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SNS에서는 몇 백 명의 사람들이 나의 일상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남깁니다. 화상 통화를 통해 전 세계 어디에 있든 친구와 얼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은 우리를 더 촘촘하게 연결해 놓은 듯 보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점점 더 외로워지는 걸까요?

친구들과 어울려 웃고 있는데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혼자라는 기분이 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사람들로 가득 찬 카페에 앉아 있으면서도 공허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누구와 대화하고 있지만, 그 사람이 내 마음을 정말 이해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분명 물리적으로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마음은 깊이 고립되어 있습니다. 이 아이러니한 상태를 바로 “군중 속의 고독(Loneliness in the Crowd)”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현대인의 고독을 가장 날카롭게 설명한 두 사람이 있습니다.

 

🍀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가 얼마나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분석했습니다.

🍀 한병철(Byung-Chul Han)

성과와 경쟁이 중심이 된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자신을 착취하면서 관계의 피로가 심화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두 사람의 관점을 통해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 왜 외로움이 깊어지는지, 그리고 그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탐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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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바우만

– 관계의 유동화와 인간의 고립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를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과거의 인간관계는 전통, 가족, 공동체 같은 구조 속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관계의 구조가 무너지고, 인간관계는 쉽게 형성되고 쉽게 깨지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1) ‘액체 근대’와 불안정한 관계

바우만은 현대 사회의 관계가 액체처럼 쉽게 흘러가고,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말합니다.

액체는 고체와 달리 형태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쉽게 흘러가고, 어떤 용기에 담기느냐에 따라 모습이 달라집니다.

 

현대 사회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 과거에는 가족이나 공동체 같은 틀이 관계를 지탱해 주었습니다.

•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가 강조되면서 관계가 구조 없이 흘러갑니다.

• 사람들은 더 이상 관계에 깊이 헌신하거나 오래 유지하려 하지 않습니다.

 

바우만은 이것을 “유동성(Liquidity)”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쉽게 떨어질 수 있는 상태에 있다. 관계는 편리하게 형성되고 쉽게 끊어진다.”

 

현대 사회의 관계는 일종의 소비재가 되었습니다.

• 필요할 때는 관계를 맺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면 관계를 손쉽게 끊습니다.

• 인맥 관리가 마치 비즈니스처럼 이루어지고, 관계는 효율성과 성과의 잣대로 평가됩니다.

 

결국 현대인은 관계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얻기 어려워지고, 깊이 있는 관계 형성이 힘들어집니다.

우리는 관계에서 편안함이나 신뢰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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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연결의 역설’ – 연결될수록 고립된다

기술의 발전은 관계의 유동성을 가속화시켰습니다.

• SNS에서는 하루 만에 친구가 될 수 있고, 하루 만에 차단할 수도 있습니다.

• 관계를 유지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면, 사람들은 그 관계를 쉽게 포기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지만, 마음 깊이에서 안정감을 느끼지는 못합니다.

 

“우리는 연결될수록 더 깊이 고립된다.”

 

바우만은 SNS에서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 관계는 표면적이다.

• 깊은 대화나 감정적 공유가 부족하다.

• 관계가 쉽게 형성되고 쉽게 무너진다.

 

우리는 SNS에서 수십 개의 “좋아요”를 받고 댓글을 달면서 연결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그 관계에서 진정한 위로를 얻거나, 깊이 있는 교감을 나누는 경우는 드뭅니다.

 

결국 바우만은 현대인의 외로움이 바로 유동적 관계의 불안정성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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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

– 성과 사회에서의 자기 착취와 고립

 

한병철은 현대 사회에서의 고독을 “성과 사회”에서 발생한 문제로 봅니다.

현대인은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착취합니다.

• 좋은 직장, 높은 연봉, 성공적인 삶을 위해 자신을 몰아세웁니다.

• 사람들과의 관계도 성과를 내기 위한 도구처럼 취급됩니다.

 

 (1) 성과 중심 사회에서의 관계의 피로감

성과 중심 사회에서 인간관계도 성과로 평가됩니다.

• 더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 관계에서 자신의 성과와 가치를 증명해야 하며,

• 상대방에게 나의 성공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이 생깁니다.

 

결국 인간관계는 소비재가 되고, 사람들은 관계에서 지쳐갑니다.

 

“우리는 관계에서도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한병철은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결국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관계에서마저 성과를 내야 한다면, 관계는 점점 더 피로해지고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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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관계에서의 피상성과 고립

성과 사회에서의 관계는 결국 피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 서로의 약점을 드러내기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 자신의 성공과 성취를 상대방에게 증명하려고 합니다.

• 결국 서로에게 깊이 의지하지 못하고, 마음을 여는 일이 어려워집니다.

 

결국 관계는 점점 더 부담스러워지고, 사람들은 관계에서 고립되기 시작합니다.

관계를 맺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이 더 편안한 상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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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속의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렇다면 우리는 이 고독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① 관계의 질에 집중하라

군중 속의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관계의 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 SNS에서의 얕은 관계에서 벗어나, 깊이 있는 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 타인의 성공이나 겉모습에 집중하기보다, 서로의 진심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 깊은 관계는 시간이 필요하며, 진심을 보여줄 용기가 필요합니다.

② 타인을 통해 고독을 해소하려 하지 말라

진정한 관계는 자신의 외로움을 상대방이 해결해 줄 거라는 기대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 자신의 고독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타인에게 기대하면 관계는 오히려 더 피곤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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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고독을 받아들일 때 관계는 더 깊어진다

 

고독은 인간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감정입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고독을 경험합니다. 부모와의 분리에서 시작된 고독은 성장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우리를 찾아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 곁을 떠날 때,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을 때, 삶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할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고독을 마주하게 됩니다. 고독은 인간이 반드시 직면해야 하는 본질적인 감정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고독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고독을 결핍이나 실패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영화를 보는 것은 어딘가 어색하고 불완전한 상태로 여겨지곤 합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혼자 있다는 사실이 자신이 외톨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습니다. SNS에서 끊임없이 누군가의 일상을 확인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얻기 위해 피드에 글을 올리며, 연락이 뜸한 친구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외로움을 해소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오히려 고독을 더 깊게 만듭니다.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고독을 피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고독을 고립이나 결핍의 상태가 아니라, 내면을 마주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고독은 우리가 자신의 내면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에게 상처를 주는 감정은 무엇인지, 내가 관계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고독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을 통해 그 결핍을 채우려고 하게 됩니다. 그러나 고독을 받아들이면 관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고독은 인간이 스스로를 성찰하게 하는 힘을 가집니다.

고독한 시간은 우리가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관계에서 기대했던 감정적 충족을 외부에서 찾지 않고, 내면에서 찾을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면서 관계에서도 불필요한 기대나 의존이 사라지게 됩니다.

 

타인을 통해 고독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관계를 더 피곤하게 만듭니다.

상대방이 내 고독을 채워주기를 기대하게 되면 관계에서의 균형이 무너지게 됩니다. 상대방이 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실망하게 되고, 관계에서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합니다. 결국 기대가 커질수록 관계는 더 부담스럽고 불안해지게 됩니다. 관계에서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고독을 스스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고독을 받아들이면 관계에서 자유로워집니다.

상대방이 내 기대에 맞추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습니다.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관계가 깨져도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내면에서 이미 충만함을 느끼기 때문에 관계에서 지나친 의존이나 집착이 사라지게 됩니다. 관계의 부담이 사라지면 오히려 관계는 더 자연스럽고 깊어지게 됩니다.

 

고독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자기 완결성을 갖는 과정입니다.

혼자 있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관계에서 불안하지 않습니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작은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관계가 일시적으로 흔들려도 깊은 신뢰와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고독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관계에서 자유로워진다.”

결국 혼자 있어도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이 관계에서 자유롭고 충만한 상태에 도달하는 길입니다.

고독을 받아들이고 나 자신의 고독을 인정할 때, 우리는 더 깊이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군가를 찾기보다, 스스로의 고독을 받아들이는 순간 관계는 더 자연스럽고 깊어집니다.

 

고독을 피하려 하지 말고, 고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진정한 관계의 시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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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tman)은 1925년 폴란드에서 출생하여 나중 영국으로 건너간 사회학자, 철학자입니다. 대표저서는 <액체근대,2000>이 있으며 현대사회의 불안정성과 유동성을 분석한 저서입니다.

*한병철은 1959년 서울에서 출생했으며 나중 독일로 귀화한 철학자, 문화이론가, 사회비평가입니다. 대표저서는 <피로사회,2010>으로 성과사회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저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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